09 줄무늬
1930년대에 피카소는 유화, 데생, 판화에서 줄무늬라는 모티프를 활용한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사실 피카소는 이러한 작품들에서 모델을 바라보는 자신의 지각을 통해 여성의 초상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1932년의 유화 《독서》(no. 49)에서 보이듯 마리 테레즈 발테르는 전신이 에로틱한 곡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인물상은 깊이 잠들어 있거나 독서에 몰두하고 있으며, 자신의 나체와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편, 초현실주의 사진가 도라 마르에게서 영감을 받은 유화들은 모델 특유의 외모적 특징으로 구별됩니다. 피카소는 마르를 거의 정면에서 포착하며, 《독서》보다 뚜렷한 윤곽선과 깊게 파인 목선을 부여하며, 보다 따뜻한 색채를 사용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1939년작인 《줄무늬 모자를 쓴 여인의 흉상》(no. 52)에서는 검은 선들이 빽빽하게 얽혀 있어 깊은 절망감을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