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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여행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친 르네상스 시대는 유럽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세계를 발견해 나간 시대였습니다. 상업, 교역, 외교, 교육, 전쟁 등 여행의 동기는 다양했지만, 사람과 물자의 활발한 왕래는 국가와 도시의 경제 발전을 가져왔고, 르네상스 문화를 크게 꽃피우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시대 인문학의 발전을 선도한 에라스뮈스, 몽테뉴 등의 인문주의자들의 대부분은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이국에서 접한 풍습과 전통에 대한 사색을 글로 남겼습니다. 예술가들 또한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자주 고향을 떠났습니다. 유럽 북부의 예술가들은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향해 고대 유적과 조각을 소묘하며, 동시대 이탈리아 미술의 균형 잡힌 인체 묘사와 원근법을 활용한 공간 묘사법을 배웠습니다. 한편, 이탈리아 화가들은 북방 화가들의 유채 기법과 정교한 사실주의적 묘사를 받아들였습니다.

더 나아가 예술가들은 왕후 귀족, 교황과 같은 파트롱(후원자)들의 초청에 응하거나 전염병, 전란을 피하는 등 다양한 외적 요인들로 의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도 했으며, 이도 양식과 기법의 전파를 촉진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여행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국왕과 황제가 하나의 거성을 정해 두지 않고, 광대한 영토 안을 이동하며 생활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국왕은 가족과 신하들을 거느리고 영지 곳곳의 성을 전전했습니다. 이러한 궁정의 관습은 벽을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한기를 차단할 수 있고, 칸막이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실용적인 장식품인 태피스트리와 의류 등을 보관하는 장궤 등 운반이 가능한 호화로운 가구와 집기의 발전을 뒷받침했습니다. 또한 군주들이 도시에 입성할 때 거행된 축전(입시식)을 기념하기 위해 군주나 왕비의 옆모습을 새긴 메달이 자주 제작된 것도 르네상스 메달 예술의 세련된 발전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