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장밋빛 여인들: 《아비뇽의 처녀들》의 전주곡
1906년 가을, 피카소는 피레네 산맥의 카탈루냐 쪽에 있던 외딴 마을 고솔에서 그 해 여름부터 시작한 실험을 계속했으며, 그리는 대상을 거의 완전히 여성의 신체로 한정짓고, 형태와 공간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모두 환영주의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포기하고 새로운 표현 언어를 모색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언어는 같은 해 초반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고대 이베리아 미술을 발견하고 강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맞물려 형성되었습니다. 그 특색은 윤곽이 또렷한 단순한 형태들을 결합시켜 구성하고, 대상을 정면 시점에서 포착해 고대 종교 미술처럼 정형화하며, 사용하는 색채를 갈색 계열로 제한하는 것 등입니다. 이어서 피카소는 원시 큐비즘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켰습니다. 인간 신체의 각 부분은 더 거칠게 다듬어졌고, 그 결과 여성상은 남녀 양성적 특성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몇 달후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