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청색의 우울
1901년 가을, 피카소의 친구 카를로스 카사헤마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몇 달후, 피카소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대상을 단순화하고, 색채수를 거의 하나로만 제한하며, 엘 그레코로부터 이어받은 표현력 넘치는 선의 데포르메(변형)를 특징으로 삼는 언어입니다. 피카소는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인 거지, 창녀, 술주정뱅이를 우울한 느낌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늘색에서 남색에 이르는 청색이 서서히 화면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더 간소해졌고 기념비적인 감각이 강해졌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몇 달을 보낸 뒤, 1903년 초반에 피카소는 일시적으로 파리로 돌아와 볼테르 대거리에 있던 시인 막스 자코브의 아파트에 머물렀습니다. 둘은 무일푼이었습니다. 피카소는 낮에는 자코브가 점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버는 동안 잠자고, 밤에는 유화와 데생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이 무렵에 그가 주로 청색을 사용한 것은 이처럼 오일 램프를 켜고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