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삼미신》
독일 르네상스의 거장 루카스 크라나흐(대)는 작센 선제후의 초청으로 독일 북부 비텐베르크 궁정에 머물며 대규모 공방을 차리고 활약했습니다. 북유럽에서는 16세기 초에 인문주의가 싹텄고, 작센 선제후의 궁정에는 고전 고대에 정통한 학자와 시인들이 모였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크라나흐는 신화화를 많이 제작했으며, 그중 하나인 이 작품에는 그리스 신화의 삼미신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크라나흐는 고대 조각의 삼미신의 전통적인 형식을 활용하면서도 독창성을 발휘했습니다. 고대에는 일반적으로 뒷모습으로 표현되었던 중앙의 여신이 크라나흐의 회화에서는 정면을 향한 채 감상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신들의 관능적인 누드과 16세기 당시의 유행을 반영한 모자와 목걸이는 고대의 여신이라기보다 현실의 여성을 연상시키며, 특유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