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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기법의 혁신과 세련

르네상스 예술의 확장은 기술 혁신과 표리일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유럽 북부에서는 유화 기법의 발명에 더하여 시계 제조와 판화 예술에서도 기술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15세기에 태엽이 개발되면서 기계 장치의 소형화가 가능해졌고, 휴대할 수 있는 회중시계가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판화 예술 분야에서는 15세기 중엽 독일에서 확립된 활판인쇄술이 목판화의 새로운 유행을 불러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탄생하여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간 동판화는 회화와 조각의 복제에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목판화와 함께 독립된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한 장의 원판으로 여러 장을 인쇄할 수 있는 판화는 예술가들의 구상을 널리 전파하는 매체가 되었으며, 도자기와 에마유 등 다른 분야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6세기 이탈리아의 판화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가 라파엘로의 소묘를 바탕으로 제작한 판화의 도상은 이탈리아 마졸리카 도자기의 채색에 활발히 활용되었습니다. 초벌구이한 도자기에 흰색 주석유를 입히고 안료로 채색한 뒤 소성하는 마졸리카 도자기는 회화에 견줄만한 선명한 색채를 구현할 수 있는 기법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프랑스 중부의 리모주에서 발전한 에마유에도 적용됩니다. 에마유는 구리 등의 금속에 유리질 안료로 채색한 뒤 소성하는 기법입니다. 리모주의 뛰어난 에마유 화가 피에르 쿠르테의 작품에서는 라이몬디의 판화에서 차용한 도상이 자주 발견됩니다.

프랑스에서는 16세기 후반에 특히 독창적인 기법이 탄생했습니다. 도공 베르나르 팔리시가 개발한 ‘전원풍 도예 기법’입니다. 팔리시는 실제 동식물에서 본을 떠 실물과 똑같은 사실감 있는 장식을 도자기에 새겨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장에서는 그 독특한 기법을 계승한 공방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팔리시가 도자기에 사용한 본뜨기 방법은 청동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로스트 왁스 주조법’을 응용한 것이었습니다. 이 주조법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나 중세에 쇠퇴했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 과정은 먼저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고, 그 주위를 석고나 점토로 감싸 굳힌 뒤, 내부의 밀랍을 녹여 제거하고, 그로 인해 생긴 빈 공간에 청동을 부어 넣는 방식입니다. 르네상스의 조각가들은 이 오래되고도 새로운 기술을 숙달함으로써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의 청동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