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코뿔소》
독일 르네상스의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는 고향인 뉘른베르크를 활동지로 삼으면서도 수많은 여행을 떠났던 전형적인 르네상스인이었습니다. 뒤러는 두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를 방문해 그곳에서 익힌 기법과 양식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 한편, 이탈리아의 예술가들도 뒤러의 뛰어난 판화 기법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목판화 《코뿔소》는 그의 탁월한 기량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코뿔소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작은 뿔이 등에 돋아 있거나 피부가 갑옷처럼 표현되는 등 실물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뒤러는 코뿔소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1515년 포르투갈 국왕을 위해 인도에서 운송되어 리스본 항구에 도착한 코뿔소에 관한 기록과 스케치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박진감 넘치는 코뿔소의 모습을 창조해 냈습니다. 이 판화는 즉시 인기를 끌어 뒤러가 사망한 뒤에도 일곱 차례나 추가로 찍어낼 정도였습니다. 이 도상은 유럽 각국의 박물학 서적에서 코뿔소를 설명하는 삽화로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서적들은 18세기 후반에 일본에도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