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하기오 모토, 야마기시 료코, 야마토 와키―소녀만화의 지평을 개척하고 시대를 초월해 오랫동안 읽히는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세 사람의 데뷔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활동을 조명하는 전시회를 국립신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개최합니다.
1970년대에 소녀만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 중심에 있던 세 사람의 창작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소녀만화의 표현이 개척한 풍요로운 세계를 조망합니다. 세 사람이 다룬 주제는 매우 섬세하고 다채로우며, 인간 내면의 흔들림과 타인과의 관계, 여성의 자립과 다양한 성의 모습,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시선, 이계에 대한 상상력과 다층적인 레이아웃으로 상징되는 만화 표현의 혁신 등 소녀만화가 발전시킨 폭넓은 기법은 시각 표현의 가능성을 크게 넓혔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이처럼 다층적으로 선보인 소녀만화의 매력을 ‘인피니티(=무한대)’라는 말에 담았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1960년대 후반에 데뷔한 이래 오늘날까지 최일선에서 계속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기오 모토의 환상성으로 가득한 서사의 세계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 야마기시 료코의 인간의 업과 정신성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표현, 야마토 와키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화려하고 풍요로운 작품 세계―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소녀만화의 표현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약 60년간의 발자취는 소중히 보관된 만화 원고 한 장 한 장에 새겨져 있습니다. 만화 본편의 원고에서 엿볼 수 있는 섬세한 선과 능숙한 구성, 페이지에 흐르는 시간, 그리고 잡지의 표지와 속표지를 수놓은 컬러 일러스트의 선명한 색채.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명장면을 원화 특유의 질감과 인쇄만으로는 온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색감, 세부적인 표현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규모 소녀만화전이기도 합니다. 소녀만화사를 끊임없이 새로 쓴 세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다시없을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회의 개최를 위해 귀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하기오 모토 선생님, 야마기시 료코 선생님, 야마토 와키 선생님을 비롯해 협조해 주신 출판사와 편집자,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주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