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파바레토《레벨5》
‘불가리 칼레이도스’전의 1장과 2장의 주제인 ‘색채의 과학’과 ‘색채의 상징성’이 교차하는 이 섹션은 기성제품, 즉 원래의 문맥에서 분리되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14개의 형형색색의 세차 세척솔로 구성된 사이트 스페시픽(장소 특정적) 키네틱 인스톨레이션(움직이는 대형 조형물)을 선보입니다.
작품 제목 《레벨5》는 크리스 마커가 감독해 1997년에 제작된 영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일련의 증언과 역사적 이미지의 편집을 무작위로 보여주며, 역사에 대한 복층적 접근법, 즉 정점에 달해 단열되고 빠르게 변하는 시간과 공명하는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또,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중의 중요한 사건인 오키나와 전쟁을 제재로 삼은 작품이며, 일본과 미국, 동양과 서양의 비교를 가져오기 때문에 본 전시회가 사정거리로 삼는 지리적 관계에 부합합니다.
작자인 라라 파바레토가 구상한 프로그램에 따라 회전하고, 가속과 감속을 교대로 반복하는 세차 세척솔은 정(静)과 동(動) 사이에서 흔들려 선명한 색면이 융합된 것처럼 보입니다. 세척솔의 동작 리듬, 상호작용, 속도 변화, 퍼포머티브한 성질로 인해 작품은 조각적 성질보다 회화적 양상을 띠어 바넷 뉴먼의 ‘집 페인팅’을 상기시킵니다.
형형색색의 세차 세척솔과 주변 철벽은 프로그램에 따라 불규칙하게 마찰해 거기에서 생기는 열로 인해 플라스틱 털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한편, 이 정전기 현상으로 발생한 먼지나 파편은 철판 표면에 부착해 그림자나 유령같은 신비스러운 것들을 형성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척솔 털은 더 이상 벽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식되어 로봇처럼 무의미하게 회전하며 목적없는 움직임에 얽매이게 됩니다.
이 설치미술은 전시공간에서 작동한 순간부터 상태 악화가 시작되어 서서히 기능과 의미를 상실합니다. 이렇게 《레벨5》는 본 전시회의 중심 테마인 동작과 색채의 변용에 관한 명상을 보는 이들에게 제시합니다.